Genelec 1031A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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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도의 출처가 표기되지 않은
제네렉의 옛 명기, 1031A 입니다.
아직도 프로 스튜디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1995년에 출시된 이 스피커의 성능이 매우 궁금했는데요, 귀한 협찬을 통해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정면 주파수 응답
중역대를 중심으로 아주 넓고 약하게 1~2dB 정도의 V자를 그리는 음색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역대가 살짝 밝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저역 하한은 -6dB 를 기준으로 약 38.3Hz 이며 -46dB/oct 의 기울기를 가집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주파수 응답이 인상적입니다.
근접 측정
역시 깨끗합니다.
수평지향성
최신 제품들 중 잘 만든 몇몇 제품들에 비해서는 크로스오버 주변의 지향성 제어가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지향성을 자랑합니다.
특히 약 15~16kHz 부근을 보면 정면의 딥을 비축으로 보완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흔히 리스닝 윈도우 튜닝이라고 불리는 설계를 의도적으로 적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
수직지향성
수직지향성도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제외하면 부드럽습니다.
다만 크로스오버 포인트인 2kHz 주변이 약 +/- 15도 정도로 꽤나 좁은 편이기 때문에..
스피커 매뉴얼을 살펴보지 않고 귀높이와 트위터 높이를 일치시켜 세팅했다면 꽤나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스피커의 Acoustic Axis, 음향 중심은 트위터와 우퍼 사이, 우퍼 프레임 상단의 테두리 지점입니다.
지향각
앞서 말씀드린대로 크로스오버 중심의 지향각이 약 +/-15도 정도입니다.
또한 지향각이라는 것이 위 그림처럼 케이크 자르듯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기 때문에..
(특히 3dB를 기준으로 한다면 +/- 10도 정도로 매우 좁아집니다.)
귀높이를 신중히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물론 귀 높이를 맞추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 감상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된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스튜디오 작업용 스피커에게는 중대사안입니다.
폴라 플롯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고역대에서 살짝 부풀어서 측벽 반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여태 “제네렉은 소리가 예쁘다.” 라고 부르던 그 무언가를 만들어온 요소 중 하나인가..? 싶기도 하네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수직 폴라 플롯은 좁은 크로스오버 외엔 전반적으로 균일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THD, Total Harmonic Distortion
85dB SPL의 출력.
100Hz 이후 전대역에 걸쳐 고조파 왜곡이 0.3~4%가 채 되지 않는 매우 깨끗한 응답을 보여줍니다.
저역에서도 비대칭 운동에 의한 2차 하모닉 디스토션이 저역까지도 극한으로 제어된 것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95dB SPL@1m 의 출력에서도 특이 사항 없이 경향성을 유지합니다.
100Hz 이후 대역에선 0.5%이하 수준이며, 저역 또한 훌륭한 편입니다.
멀티톤 테스트
2way 스피커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깨끗한 응답을 보여줍니다.
역시 체급을 키우고 봐야하는 것인가.. 싶습니다.
80Hz~
더 떨어질 것이 있나.. 싶지만, 왜곡이 더 적어집니다.
역시 체급이 큰 스피커여도.. 서브우퍼와 함께 사용하며 프론트 스피커의 공진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깨끗하고 충실한 재생에 유리함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출력별 멀티톤 테스트
전대역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왜곡을 보여주며, 96dB SPL의 출력에서도 끄떡 없는 모습입니다.
컴프레션 테스트
컴프레션 또한 훌륭한 편에 속합니다.
만약 여기서 더 괴물같은 성능을 보여줬다면, 이 스피커가 단종된 것이 너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스피커의 경우 특이사항이 있었는데요..
스피커 측정 후 데이터를 살펴보다 깜짝 놀랬습니다. <– 아래에 이어지는 글에서 정정되는 정보입니다. 참고해주세요!
측정 당시 크로스오버로 추정되는 주파수 대역에서 굉장한 딥이 발생한 것인데요
제품을 협찬해주신 분께 허락을 구해 스피커를 분해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트위터 유닛 쪽의 극성이 반대로 조립되어 있었습니다.
케이블은 본드와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으며, 별다른 수리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과거 생산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우퍼와 크로스오버가 서로 반대 위상을 가지기에 2kHz 부근에서 저렇게 커다란 딥이 있었던 것이죠.
케이블을 풀어 극성을 바꿔주었더니 빨간색처럼 정상 응답을 보여주었고, 이를 확인 후 전 측정 과정을 다시 재개해서 이 리뷰 데이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조&생산 불량이 1조 페어 매칭으로 동일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2kHz에 딥이 살짝 생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LR 스피커 간 트위터 대역의 위상이 뒤집혀서 정상적인 음상을 맺지 못하고 소리가 머리 뒤에서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트위터 및 우퍼 모두, 단자에 별도의 +, – 표시가 없었으며 스피커 터미널의 사이즈가 동일했습니다.
이로 인해 생산 라인에서의 조립 실수가 제법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유닛 터미널에 + – 표시를 명확히 하거나 터미널 사이즈를 명확히 달리합니다.)
저는 이 측정 데이터를 공개한 뒤 제네렉의 기술 전문가로부터 개인적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와 협조하여 해당 시리얼 샘플의 과거 QC데이터를 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본 측정 데이터를 찾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 데이터가 바로 그 QC 데이터입니다.
모든 제품은 작은 준무반향 박스 안에서 측정이 이뤄지며, 이후 빨간색 보정 커브를 통해 보정되어 정상적인 정면 응답으로 수정된다고 합니다.
즉, 빨간색과 겹칠수록 플랫(정확히는, 설계/의도된 레퍼런스)한 응답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측정한 제네렉 1031A 샘플은 제조사에서 정상적으로 출고되었으며
이후 수입사 또는 사설 수리 업체를 통해 분해 및 재조립 되면서 트위터의 극성이 바뀌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순정처럼 케이블링을 해두고 본드질을 해둬서..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마치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 또한 음악을 해오며 이 스피커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종된 지 제법 지난 지금까지도 이 스피커를 사용하는 스튜디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성능을 살펴본 결과..
각 유닛과 스피커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역시 매우 훌륭한 수준입니다.
명성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네요..
요즘 제네렉을 대표하는 제품인 더 원 시리즈, 8341, 8351 등에 비하면 지향성 설계에서 아쉽긴 하지만
2023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기에 큰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 스피커입니다.
다만 리뷰 내용에서도 언급했듯, 수직축으로의 스윗스팟이 많이 좁은 편인데다가 그 중심이 트위터가 아닌 우퍼 프레임의 가장자리 지점인 것을 감안하면..
매뉴얼을 충실히 읽어보지 않은 사용자들은 여태 크로스오버 지점이 푸욱 파인 음색을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상입니다.
자세한 설명이 더 재밌고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멋져요. 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사이트 내 측정 데이터들 보면서 궁금한 점 생기시면 질문 남겨주셔도 좋아요 ~!
30여년이 되어가는데 놀라운 수준이네요.. 반대로 말하면 어쿠스틱스가 굉장히 어려운(혹은 발전이 느린) 분야라는 생각도 드네요
놀라운 수준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스피커의 거의 모든 부분이 모델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발전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고성능에 근접할수록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균일한 품질을 뽑아내는데 있어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