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시간, RT60에 대해서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소유자의 재산이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무단 수정 및 배포 또는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 : 별도의 출처가 표기되지 않은

잔향시간, RT60에 대해서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이라면 REW(Room EQ Wizard)를 이용해 청취 공간의 특성을 측정해보신 경험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중 RT60과 잔향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RT60 은 잔향 시간이란 의미로, 음원으로부터 방사된 음 에너지가 60dB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잔향이란,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공간 내에서 수차례 반사되며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스피커로부터 발생된 소리는 공간 내 여러 물체와 공기에 의해 반사, 흡수를 반복하며 에너지가 줄어들어 결국 의미 없는 수준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엄격한 의미의 잔향음장은 소리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 ‘등방성(isotropic)’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서 이는 이론적 가정에 불과합니다.

특히 스피커를 좋아하는 우리의 관심사인 작은 청취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잠시 건축음향의 아버지인 세이빈(Wallace C. Sabine)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세이빈이 음향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895년 하버드 대학의 포그 미술관(Fogg Art Museum) 내 강의실(Fogg Lecture-room)에서 발생한 음향 문제였습니다.

이 공간은 지나치게 긴 잔향으로 인해 강의 전달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연구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RT60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출처 : Collected Papers on Acoustics – Wallace C. Sabine

포그의 강의실은 하버드의 샌더스 극장(Sanders Theatre)을 모방해서 만들었는데요 샌더스 극장은 그나마 내장재가 목재로 되어 있었던 반면, 포그 강의실의 내장재는 석고와 타일이었다고 하니.. 잔향 문제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아무튼 세이빈은 이 연구를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고, 잔향시간을 계산하는 공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세이빈 공식은 ‘공간 내 모든 지점에서 음향 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야만 흡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공간 전체에서 일정한 비율로 발생한다는 단순한 수학적 모델이 성립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사가 충분하면서도 공간 또한 충분히 큰, 대형 콘서트홀과 같은 공간에 대해서는 세이빈의 공식을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음의 에너지가 모든 방향에서 반사되며, 어느 지점으로든 도달하는 에너지의 밀도가 평균적으로 일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봐도 우리의 일반적인 거주, 청취 공간은 이런 이론적 전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방에서는 반사 경로가 짧고, 특정 벽면의 반사와 흡음이 지배적이므로 이론적인 음의 확산 상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RT60을 수치로 계산하거나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훨씬 이후의 일입니다.

독일의 음향학자 슈뢰더(Manfred Schröder)가 잔향 에너지와 그 감쇠 경향을 시각화하는 수학적 기법을 제안하면서, 비로소 우리가 오늘날 흔히 접하는 RT60 곡선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선은 측정된 임펄스 응답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감쇠가 이상적으로 선형에 가깝다면 세이빈의 공식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참조 그래프를 통해 더 직관적으로 이해해봅시다.

만약 초기 반사의 영향이 전체 에너지 손실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잦은 반사와 다양한 경로에 의한 반사가 누적되며 그 에너지가 줄어든다면,

시간(X)-에너지(Y) 그래프는 위처럼 거의 직선에 가까운(선형) 모양으로 그려질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측정되기만 한다면, 잔향시간 RT60을 간단히 계산하는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강력한 초기 반사와 흡음, 실내 룸모드 공진 등으로 인해 시간에 대해 에너지 감소가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급격하기도, 완만하기도 하며 예측 불가능한 각도를 가지며 감쇠됩니다.
또한 측정 공간의 배경소음(Noise floor)으로 인해 감쇠를 -60dB 까지 측정하는게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 RT60을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까요?

RT60 측정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왜곡될 수 있으므로, 어떤 구간의 감쇠 기울기를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국제 표준 ISO-3382 에서는 감쇠 구간을 나누어 잔향시간을 추정하는 방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T20과 T30입니다.

REW를 통해 측정한 RT60 데이터. 빨간색 T20과 주황색 T30을 확인할 수 있다.

T20은 급격한 초기감쇠 이후 에너지가 20dB 감소하는 구간, 즉 -5dB에서 -25dB 사이의 기울기를 이용하고, T30은 -5dB에서 -35dB 구간을 이용해 RT60을 계산합니다.

  • 만약 -5dB에서 -25dB 사이의 기울기를 이용한 감쇠 시간이 0.1초 였다면, T20은 이에 3을 곱한 0.3으로 나타납니다.
  • 또한 -5dB에서 -35dB 사이의 기울기를 이용한 감쇠 시간이 0.2초 였다면, T30은 이에 2를 곱한 0.4로 나타나는 식입니다.

아주 간단한 내용이지만 텍스트로만 이해하기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T30을 예시로 알아봅시다.

만약 이렇게 측정된 잔향 그래프가 있다고 해봅시다.


예쁘게 잘 감쇠되었지만 측정 공간의 배경소음으로 인해 -60dB까지 도달하지 못 했네요.
이러면 RT60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때 -5dB 에서 -35dB 까지의 구간은 감쇠 양상이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이를 취하고, 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여


이렇게 가상의 연장선을 긋고 그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RT60은 음 에너지가 총 60dB 감소하는데 걸린 시간을 측정한 것이므로,
30dB 감소만을 측정한 T30은 잔향시간에 2를 곱해준 값을 표기하며,

20dB 감소만을 측정한 T20은 잔향시간에 3을 곱해준 값을 표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소형 실내 청취 공간에서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현실적인 그래프를 다시 살펴보면, 초기 감쇠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특정 구간에서 감쇠가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T20, T30 방식만으로는 공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Topt(Optimal Reverberation Time) 입니다.

ISO-3382 표준에는 명시된 바 없지만, REW가 도입하며 제안한 최적화 방식입니다.

여러 구간을 비교하면서 가장 일정하게 감쇠하는 구간을 찾아, 그 구간을 기준으로 RT60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REW’s Topt RT60 calculation uses a start point based on the intersection of the EDT and T30 regression lines, to determine a point that lies within the diffuse field region. It then tests each possible end point in 1 dB steps and picks the one that gives a regression line with the best linear fit.”
– John Mulcahy (REW의 개발자)

T20, T30처럼 미리 정해진 구간을 기준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된 구간을 찾아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결국 ‘어디서 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간단한 결론입니다. 

1.배경소음과 충분히 분리될 수 있게 큰 볼륨으로 측정을 실시하고
2.룸모드에 의한 영향이 지배적인 대역(큼직한 딥과 피크가 형성되는)은 무시하고
3.T20, T30, Topt를 함께 고려해서 공간의 특성을 분석합니다.

공간의 크기와 특성도 그렇지만, 보통의 스피커 사용자들은 무지향성 음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더더욱 이론적인 RT60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룸 어쿠스틱 튜닝 및 스피커 세팅 전후를 비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T20, T30, Topt 그래프가 서로 비슷한 수치로 나타날수록 측정에 필요한 신호 대 잡음비(SNR)가 충분히 확보되었고, 공간의 잔향이 고르고 일정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주파수별로 다르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액수에 관계 없이 측정 리뷰 및 웹사이트 운영에 큰 힘이됩니다.
웹사이트 유지를 위해 패트리온과 페이팔을 이용한 후원 방식을 고민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위 QR 코드를 통해 카카오페이로 Audio-re 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 특성상 입금자명을 제외하곤 드러나는 정보가 없어, 익명을 고집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감사 인사를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후원 후 제가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게 Kakao ID : seyun0915 또는
메일 주소 tpdus0915@naver.com 으로 연락 남겨주시면, 꼭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